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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삐그덕대는 한국형 레몬법, 시작부터 잘못됐다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9년 04월 19일 금요일 +더보기

한국형 레몬법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소비자주권시민연대에 따르면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 포드, 크라이슬러, 포르쉐, 캐딜락, 푸조 시트로엥, 벤틀리, 페라리 등 11개사와 한국GM은 한국형 레몬법 적용을 거부했다.

이들 업체들에게 레몬법을 언제부터 적용할 지 하나하나 질의한 결과다. 밴틀리, 페라리는 공식입장을 확정 짓지 않았고 이 외의 업체들은 모두 레몬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구체적 적용 시기를 밝힌 곳은 혼다 하나 뿐이었고 나머지 업체들은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를 두고 여론 무마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일단 도입하겠다고 선언만 하고 적용 시기를 계속 늦춰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가 없다.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흐지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레몬법을 적용해도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레몬법을 올해 1월부터 시행한다는 업체들도 계약서상에 레몬법 내용을 명시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적용을 안 한다는 제보가 나온다. 자동차 회사가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의무화시켰어야 하고 위반시 강력한 제재도 있어야 하지만 이런 강제규정은 하나도 없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경험이 부족하다.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반론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를 뒤엎기가 어렵다는 후문이다. 국내에 연간 250건의 자동차 교환, 환불 요청이 들어오지만 실제 교환 및 환불이 이뤄지는 경우는 3~4건 뿐이다. 레몬법이 시행된 올해는 과연 얼마나 개선될지 현재로써는 암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형 레몬법이 유명무실한 이유는 뭘까.

이는 레몬법을 시행할 만한 토양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 국토부가 전시행정식으로 미국 레몬법을 겉만 본떠서 무리하게 적용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동차 회사가 자진해서 교환, 환불을 해준다. 이유는 모든 법적 제도가 소비자 중심으로 돼 있어서 위반 시 강력한 제재를 당하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있고 자동차 결함이 없단 사실을 자동차 회사가 입증해야 하며 문제가 생기면 공공기관이 조사에 들어간다. 모두 우리나라에는 없는 구조다.

국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증책임 등은 모두 국회 계류 상태로 언제 통과될지 기약할 수 없다. 레몬법이 뿌리내릴 토양도 안 갖춰진 상태에서 레몬법 흉내만 내다보니 자동차 회사들이 책임을 안 져도 벌금도 없고 적당히 때우면 된다는 인식을 하게 된 셈이다.

"한국 법에 따른다. 단, 소비자와 문제가 생기면 소송을 길게 끈다." 이것이 수입차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시장에 대한 기본 인식이다.

아무런 기반도 안 갖춰진 상태에 세워진 레몬법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답도 안 보이는 고난도 문제집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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