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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업비의 그늘㊤] 설계사, 보험사 '쉬쉬'...깜깜이 계약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더보기

최근 불거진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로 보험사업비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보험사업비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여전히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계약하고 지급시점에서야 기대보다 적은 환급금을 확인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보험 사업비 무엇이 문제인가? 소비자 피해와 원인, 첨예하게 대립하는 금감원과 보험업계의 입장 등 보험사업비를 둘러싼 논란들을 정리한다. [편집자 주]

#사례1 경북 구미시 옥계2공단로에 사는 김 모(여)씨는 1년 여 전에 변액 및 종신보험 가입했다. 최근 가입 시 안내받지 못한 사업비에 대해 우연히 알게 돼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그곳에서도 알 수가 없고 따로 연락을 준다고만 했다. 다음날 '20%'라는 안내를 받았다. 뒤늦게 약관에 사업비 항목이 있나 찾아봤지만 언급이 없었다. 김 씨는 "중요한 사항인데 설계사는 물론 고객센터를 통해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도 없고 약관에서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김 모(남) 씨는 자녀 교육자금으로 저축을 고민하던 중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보험 가입 후 10년 이후에 원금 이상을 자녀에게 줄 수 있으며 복리라서 수익이 높다"는 보험설계사의 설명만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목적의 보험으로, 사망보험금 지급 재원을 뺀 뒤 적립되고 사업비가 30%에 달하다보니 환급금이 크게 적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뒤늦게 보험계약을 취소하고 보험료 반환 민원을 금감원에 제기해 보험료 일부를 돌려받았다.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들로부터  보험사업비 명목으로 수십 퍼센트를 떼어가면서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보험사업비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두루뭉술 운영하는 보험사들의 관행은 그대로여서 관련 민원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업비는 보험회사가 보험영업과 유지에 쓰는 돈이다. 이 돈은 보험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포함돼 있다. 사업비가 많으면 보험 적립금(순보험료)이 그만큼 작아져 환급금이 줄어 들수밖에 없다. 

사업비는 크게 계약체결비와 계약관리비로 구분된다. 계약체결비는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이고 계열관리비는 보험사 몫으로 유지비와 수금비다.

보험 사업비는 날이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생명보헙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명보험사가 쓴 사업비는 4조 54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4조 480억 원)보다 12.3% 증가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 중심으로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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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가 갈수록 늘어만가고 있는데도 현재 사업비가 공개되는 보험상품은 저축성보험과 자동차보험 뿐이다. 사업비가 높은  종신보험, 암보험, 어린이보험, 연금보험 등의 보장성보험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전체 납입보험료의 약 8~15%, 자동차보험은 18% 전후가 사업비로 나간다.  보장성보험은 많게는 납입보험료의 35%까지 떼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총 납입보험료가 3000만 원이라면 사업비로 1050만 원이나 떼어 가는 셈이다.

사업비는 나중 환급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제가 이자보다 훨씬 큰 만큼 원금을 보전하려면 장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변액보험은 가입 후 사업비를 제한 순보험료를 굴려 납입원금까지 도달하는데 10년이 걸린다.

보험상품은 사업비를 공제한 나머지 보험료를 운용하는 구조이므로 은행 적금·예금과 다르다. 은행은 낸 돈 모두가 원금이 되어 이자가 가산되지만, 보험은 저립보험료만 원금이 되어 적립 되므로 은행보다 크게 적다.

올해 들어서는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처럼 포장해 판매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민원이 급증했다. 종신보험의 경우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망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인 위험보험료, 비용‧수수료, 사업비가 차감되고 적립되기 때문에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도 적립금(해지환급금)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원금)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종신보험의 경우 사업비가 상대로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연금저축보험으로 전환 가능한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은 데 이 같은 상품의 사업비는 통상 일반 연금저축보험의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계약 달성 위해 사업비 안내 '쉬쉬'...상품 선택 비교 항목으로 공개돼야

가장 큰 문제는 보험사들이 계약당시 사업비에 대해 충실히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입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공시이율이 하락해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으로 일관한다. 소송을 제기해도 법원은 공시이율 변동 시 해지환급금이 변동된다는 안내 문구가 예시표에 명시되어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 손을 들어 주곤 한다.

최근 문제가 불거졌던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도 사업비가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업비가 많으면 적립액이 적어서 실제 받게되는 연금액이 줄어들자 민원이 급증한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즉시연금은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비 문제는 결국 고지의 문제다.  계약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설계사들은  쉬쉬하고 보험사들마저 언급을 꺼리고 있다. 홈페이지 등 어디서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완벽한 불완전판매이면서 소비자의 비교 선택 여지마저 막고 있는 셈이다.

이때문에 보험사가 사업비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보험사업비 관련 민원이 많은 것은  보험사들이 이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소비자들이 보험료의 어느 정도가  사업비로 쓰이는지 알고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제대로 비교해 선택하기 어려워 불완전판매가 많아지는 만큼 사업비가 충실히 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돼 모집경위 등 사실관계 확인 결과 보험사의 상품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인정하여 소비자에게 기납입보험료를 환급해준 사례가 있으므로 문제가 생기면 민원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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